【동강교회 이충석 목사가 전하는 오지 이야기】 기사입력 2020.10.29 19:55 댓글 0 "바람은 지나가는 거지 머무는 게 아니야" TV에서 드라마 여주인공이 말했다. "바람은 지나가는 거지 머무는 게 아니야" 여기 동강에 머문 지 28년.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 불던 바람 같은 세월은 머물지 않았고 다 지나갔다. 바람은 여기저기에 흔적들을 남겼지만, 난 아직도 그 바람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바람은 머무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 지나가는 바람은 누군가에겐 혹독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그저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 일수도 있다. 나는 바란다. 내가 가슴에 남겨둔 님들에겐 그냥 옷깃만 여밀 정도만 스치고 지나갔으면. 아니, 혹독한 바람이라도 아무런 흔적 없이 지나갔으면. 모두에게. 5살 딸의 일기이다. 몇 일만에 만났는지 모르겠다. 영등포 어느 교회에 강의하러 갔다가 저녁에 아내와 두아이를 만났다. 반가움보다 서먹해하는 아이들. 그리고 오랜만에 돼지갈비로 맛있게 저녁을 먹고 헤어져 나는 그길로 정선으로 돌아왔다. 그 일이 있은 후 한참 뒤 아내가 딸의 일기라며 내게 보여줬다. 5살 딸 다은이의 일기에서 그날을 기억할 수 있었다. "오늘은 아빠를 만났다" 이 구절을 읽는데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다. 아빠는 매일 만나야 하는 존재인데.... "오늘은" 아빠를 만난 게 그날의 중요한 사건이기에 그 어린 것이 일기에 쓴 게 아닐까? 일주일 혹은 열흘에 한번 보게 되는 아빠의 빈자리 남편의 빈자리가 얼마나 허전하고 힘들까. 미안한 마음에 맘이 쓰렸다. 떠돌이 전도자는 언제쯤 그 걸음을 멎을수 있을까. 대학을 졸업하는 딸을 보며 거울을 보니 나도 주름이 하나둘 늘어간다. 안 늙을 줄 알았는데..... 얼마 전 마을에서 가장 연세 많으신 재준씨 어머니를 오랜만에 뵈었다. "아이고 이게 누구래요 목사님 아닌가. 우타 이리 늙었소. 색시 같은기 와서 꽤마이 늙었소" 재준씨 어머니는 교회 개척 때에 동네 할매들 손에 억지로 끌려 교회에 오신 적이 있다. 그런데 교회만 오면 "목사님 우타 교회만 오면 대가리가 깨질 것 같소. 예배당 신이 내하곤 안 맞는다니"하며 꾀병을 부리고 교회를 안 나오셨다. 이제 90세 넘으셔서 바깥나들이도 못하시는 할머니를 보니 그 시절 동강 할매들이 생각나 그리움에 먹먹하다. 시크한 동네 대장 왕 할매, 바드리재 할매, 억척이 박순화 집사, 박 집사님 왠수 이성희 할배ㅋ, 욕쟁이 박영자 집사, 유영자 할매, 이젠 그리움뿐인 개척멤버들 모두가 천국서 잘들 계시겠지. 사고는 안 치려나. 농사 짓는 젊은 목사, 동강교회 이충석 목사가 자신의 블루베리 밭에 서 있다 기후변화로 대구가 아닌 강원도에서 사과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저작권자ⓒ합동기독신문 & www.ikidok.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BEST 뉴스 증경총회장 배광식 목사의 ·“Low Pay, Low Hours, Low Applause-저임금, 낮은 근무 시간, 낮은 박수” 즉 적게 받더라도, 위로 목록 댓글 작성을 위해 로그인 해주세요.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