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5일이다. 아침은 모텔에서 해결하고 오전 8시 30분경에 충남 아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21번 국도를 따라 예산으로 향했다. 예산까지는 20km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와 도고온천역을 지나 넓은 들을 달렸다.
그런데 간양사거리에서 길을 잃었다. 예산을 거쳐 홍성으로 가야 하는데 왜 32번 국도, 공주로 가는 길에 내 마음이 흔들렸다. 어디로 가야하지? 지도를 펴 생각하기를, 32번 국도는 짝수 길이다. 짝수 길은 남북도로가 아니라 동서도로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동남쪽으로 가고 결국 동해바다가 아니면 부산이 종착지다. 32번 국도로 가다보면 호남의 넓고 평평한 길이 아닌 태백산맥을 타야하지 않는가.
예산에 들어서자,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예산군에서 홍보용으로 심어놓은 사과나무를 지키는 지킴이였다. 내가 그녀를 의식하자, 그때부터 그녀는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내가, 그 거리를 떠날 때까지 졸졸 따라다니면서 “사과에 손대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때, 그녀의 말을 기억하며 제주도 서귀포 귤 밭에서 거리로 떨어진 귤 하나도 손을 대지 않았다.
예산에서의 짧은 고민을 끝내고 21번 국도를 선택해서 홍성으로 향했다. 예산의 오가슈퍼를 운영하는 모녀에게서 음료수를 구입하고, 가나안농원에서 사과를 구입해서 택배로 선물했다(그런데 누구에게 선물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산을 떠나 홍성군 홍북면, 매봉산 한줄기 고개인 충서로를 힘겹게 넘어갔지만 결국 화양삼거리 버스정류장에 쓰러져 휴식을 취했다. 꿀맛 같은 짧았던 낮잠을 끝내고 길을 재촉해서 홍성시장에서 백반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홍성에도 한국폴리텍대학 캠퍼스가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 몇 번 방문했던 예장합신의 홍광교회가 있었다. 홍광교회는 마온교차로를 지나면 보이는데, 홍세기 목사가 담임하고 있었다. 갈 계획은 없었지만 21번 국도변에 홍광교회가 있어서 잠시 들렀다.
내가 예장합신의 서대문성지교회에서 92년 윤미래와 결혼을 했는데, 서대문성지교회 최채운 목사와 홍광교회 홍세기 목사와 합동신학교 동기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홍광교회를 방문했고, 홍세기 목사와도 교제할 수 있었다. 잠시 인사를 드리고 교회를 나설 때, 홍 목사께서 자전거 여행에 사용하라며 5만 원을 쥐어주셨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홍광교회를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홍 목사께서 지병으로 젊은 나이에 소천하셨다(대략 50대 중반으로 기억한다).
홍광교회에서 나오면 신나는 내리막길로 보령과 서천으로 달렸다. 잠시 청소면으로 들어가서 청소큰길 대로변에 위치한 대흥슈퍼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내 자전거 여행은 시속 15km로 8시간, 하루에 100km를 넘지 않는 신선놀음으로 달렸다. 볼 것 다 보고, 쉴 것 다 쉬고, 먹을 것 다 먹고 다니는 그런 자전거 여행이었다.
그런데 운동화가 아닌 여름용 신발이 닳고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결국 이 신발은 무안시장에서 운동화로 갈아 실어야 했다. 그런데 뾰족한 운동화로 잘못 선택해서 발가락에 무리를 주어 다리를 절기에 이르렀다. 결국 제주도 표선해수욕장 인근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청소면을 떠나 보령시 중앙로에 위치한 허브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자전거를 모텔 방에 들여놓고, 샤워를 마치고 인근 동부시장 장터국밥식당에서 백반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늦은 저녁인지라 식당에도 식구들이 모여 늦은 저녁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런대 사진은 누가 찍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