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순천에서 만난 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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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만난 택시기사】

기사입력 2020.07.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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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만난 택시기사
 
[크기변환]순천 택시 기사와의 대화.jpg
 
 
2020712일 주일. 순천순동교회 예배를 일찍 마치고 서둘러 택시를 탔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오후 12시 경. 택시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며 내 앞에 섰다. 목적지를 말하려고 핸드폰을 뒤졌다. 초행이라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더니,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주소를 찾으라고 말씀했다.
 
목적지는 정해졌다. 그러나 주소를 말하지 않은 상황이라 그 곳이 교회하는 사실을 기사님에게 알리지 않았다. 일단 택시를 타면 항상 팁을 주며 내리는 타입이다. 더군다나 교회로 간다면 더욱 더 많이 팁을 주곤 했다. 교회로 가자면서 100원 짜리 동전 하나까지 다 챙겨간다면, 그 기사님은 십중팔구 그 교회와 못난 성도들을 욕할 것이 분명하다. 왜 아느냐고? 19855월부터 19911월까지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해 봤기 때문에 잘 안다.
 
순천의 회사 택시 기사님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택시를 타고 기사님과 대화를 시작하면, 그 대화의 주도권을 기사님이 대부분 차지한다. 승객들은 일단 기사에게 말을 꺼내놓고도 쉽게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일방적으로 기사님의 설교(?)를 듣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짜증날 때가 많다.
 
그러나 순천 영일운수 택시기사님은 달랐다. 마음은 아직 총각이지만 60대 초반인 기사님은 차분한 음성으로 논리 있게 말씀을 하셨다. 순간! 잘만 들으면 이 글쟁이에게 좋은 글이 하나 생기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아니라 다를까, 그의 입에서 좋은 글이 만들어졌다.
 
 
그는 국가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
대한민국이 국가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세 가지 있습니다. 전관예후를 안 해야 됩니다(법관) 그리고 사면복권을 안 해야 됩니다(정치인). 병보석도 안 됩니다(경제인). 모든 것을 다 순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형량이 낮은데. 노동자의 노역이나 대기업 오너들의 노역의 대가가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했습니다. 평등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이 모든 잘못이 사법고시 출신 때문입니다. 이들 때문에 죽어서도 좋은 평을 듣지 못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
사회적으로 세 가지는, (애완견)를 보듬는 세상이 오면서 사회적인 혼란이 왔습니다. 사람들이 개를 키워야지요. 그러나 보듬고 자서는 안 됩니다. 개를 보듬고 잠 자는 사람들치고, 부부성생활을 원만하게 한다든지, 그 자녀들을 올바로 교육을 시킨다든지, 부모님을 잘 공경하고 섬긴다든지 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자동차문화입니다. 자동차로 나는 즐기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합니다. 자동차는 내 소유이지만, 주차할 때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합니다. 이게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이 나왔습니다. 그 스마트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못 느낍니다. 스마트폰은 필요할 때 봐야 하는데, 아무 때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파란신호등이 켜졌는데도 앞 차가 가지 않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싸움과 갈등이 일어나고 또 그 과정에서 분노조절을 못해서 결국 더 큰 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잔인한 게임들이 나옵니다. 어른을 섬기고 공경하는 프로그램은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가족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제가 치매 걸린 장모님을 모시고 삽니다. 얼마 전만 해도 사위 장가왔다고, 이것 먹으라. 저것 먹으라. 집에 갈 때 많이 싸가지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세월이 지났다고, ‘어머니! 이것 드십시오. 생선가시 빼났습니다. 우리가 나가고 없더라도 냉장고에 넣어놓은 거 챙겨 드세오.’ 한단 말이요. ! 왜 이렇게 세월이 빠르냐! 그런데 이제 우리 아들이 커갖고 아빠, 고향에 갈 때 아빠 차 놓아두고 제 차를 타고 가요이거 당최 기분이 좋으면서도 서글픈 거요. 벌써 운전대를 내 마음대로 잡지 못하고, 이제 아들 차를 타고 다녀야 하니.....”
 
제가 아이들을 키울 때, 십계명을 안 쓰면 용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십계명을 여러 장을 쓰게 했습니다. 대학에 갔을 때도 용돈을 주어야 하는데, 대학교 한 학기를 다닌 후에, ‘아빠! 십계명 안 쓰고 용돈 안 받겠어요라고 하는 거요. 이제는 애들이 나에게 용돈을 주지, 내가 용돈을 주는 일은 없어요. 교육은 부모의 행함으로 해야 되지. 말로는 못해요
 
며느리도 종종, 할머니 무슨 색깔이 좋아요. 물어봅니다. 며느리가 한 번 오면, 보름씩 있다가 돌아갑니다. 며느리가 집에 돌아가면 할머니와 아침저녁으로 화상통화를 합니다. 그러니 그 어린아이도 할머니를 좋아해요
손자에게 시켰어요. 십일조는 하나님께 드리고, 또 십일조는 장인에게 드려라. 그렇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드렸어요. 그런데 그 외할아버지가 얼마나 재미있냐면, 외손자가 돈을 보냈다고 자전거를 타고 그 돈을 찾아서는 아이스크림과 막걸리를 사서 동네잔치를 벌입니다. 그 시간만 되면. 사돈이 활동량이 떨어졌을 때, 사위를 불러서 통장을 넘기는 거요. 외손자가 보내온 돈을 전부 통장에 넣어놓은 거요. 하나도 찾지 않고. ‘외손자가 장가갈 때까지 살 수 없으니 미리 준다고 하시면서.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제가 눈물을 흘렸어요. ‘, 우리 사돈 대단하다’”
 
 
택시비를 받지 않았다
목적지 교회에 도착해서 내가 말했다. “기사님께서 교회 다니시는 것을 알겠다. 그리고 저는 목사입니다라고 말했더니, 교회 앞마당에 도착했다. 아직 그 교회 예배는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택시 기사님이 택시비(7,800)를 안 받겠다는 것이다. 주일오전예배를 마치고 첫 손님이 주의 종이신데, 이런 만남은 쉽지 않다며 택시를 받지 않겠다며 극구 사양하셨다.
 
결국 택시비를 들고 나는 택시에서 내렸다. 아쉽고 고마운 인사를 나누고 교회 마당에 들어섰다. 몇몇 어린아이들이 예배당 밖에서 부모님과 마당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때까지 택시비 1만 원을 손에 들고 있었다. 잠시 가장 먼저 다가오는 3살 정도의 아이에게 용돈으로 전했다. 7,800원 은혜를 입고, 1만 원을 선물했으니 손해인가, 이익인가.
 
그날 우리 모두는 17,800원을 나누고, 17,800원 부자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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