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이병(二柄) 그리고 팔간(八姦)
한비자의 <한비자>는 총 55편으로 구성된 중국 춘추전국시대 현실 인식을 담은 책이다. 당시 치열한 정치 투쟁과 복잡한 사회 상황 그리고 수많은 인물과 사건, 이야기들이 있어 고대 중국의 다양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흥미를 끄는 것은 한비자의 생각이, 인간 본성이 악하다는 성악설 입장에서 그 다양한 인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엄격한 법치를 주장했다는 점이다. 즉 인간이란 불완전하기에 엄격하고 차별 없는 법적용을 통해 인간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의 법가사상은 제자백가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학문으로, 동양의 마키아벨리즘으로 평가받는다.
한비자의 이병(二柄)은 두 개의 칼자루를 뜻한다. 현명한 권력자가 그 신하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형(刑)과 덕(德), 상(償)과 벌(罰)과 그 두 개의 칼자루가 필요하다. 형(刑)은 처벌하고 죽이는 것이고, 덕(德)은 칭찬하고 상을 주는 것이다. 신하는 형을 두려워하고 덕을 좋아하기 때문에, 군주가 형을 집행하고 덕을 베푼다면, 당연히 신하는 자신들이 이로운 쪽인 덕으로 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간혹 사악한 신하가 있기 마련이다. 그 신하는 군주로부터 권력을 얻어, 자기가 미워하는 자를 처벌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자에게는 상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온 나라 사람들이 그 신하만을 무서워하고 군주를 업신여겨 군주를 버리고 신하에게 몰리는 환란을 겪게 된다. 군주는 형과 덕으로 신하를 제어하는 자다. 만일 군주가 형과 덕의 권한을 신하에게 행사하도록 내버려둔다면, 그 군주는 신하에게 제어당하고 말 것이다.
제나라 실력자 전상은 군주인 간공으로부터 덕을 베푸는 권한을 행세했는데도, 결국 전상은 군주인 간공을 살해했다. 반면 송나라 신하 자한은 송의 군주에게서 형벌을 내리는 권한만을 받아 행사했는데도, 결국 송의 군주는 자한에게 협박을 받아 정권을 빼앗겼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군주가 간사한 신하를 두지 않기 위해서는, 그 신하가 제시한 의견과 실제 일한 성과가 서로 일치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