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의 얼음골.
경남 밀양 얼음골은 스승 유의태가 제자 허준으로 하여금 자신의 시신을 해부하게 했던 골짜기다. 인체 해부가 국법으로 금지돼 있던 시절, 스승은 이 얼음골로 제자 허준을 불러들였다. 스승의 부름을 받고 찾아간 허준 앞에는 왕골자리에 반듯이 누운 채 자진한 스승의 시체와 그 옆에 남겨진 유서가 황촉불에 빛나고 있었다.
유서는 “사람의 병을 다루는 자가 신체 내부를 모르고서 생명을 지킬 수 없기에 병든 몸이나마 내게 주노니 네 정진의 계기로 삼으라”고 적혀 있었다.
스승의 시신 앞에 무릎을 꿇은 허준은 다짐한다. “의원의 길을 괴로워하거나, 병든 이를 구하기를 게을리 하거나, 이를 빙자해 돈이나 명예를 탐하거든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을 것이다”하고 맹세한다. 그 후에 스승의 시신을 칼로 갈랐다.
이 얼음골은 오뉴월 삼복에도 얼음으로 덮이고 겨울에는 오히려 더운 물이 흐르는 계곡이다. 차가운 스승의 몸에 허준의 뜨거운 열정이 교차되는 곳, 얼음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