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나나-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 -에덴동산 선악과는 바나나?- 기사입력 2021.01.03 13:45 댓글 0 “교회에서는 에덴동산 선악과를 사과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예?! 그게 정말입니까?” 여의도 글쓰기훈련소 학생들, 모두 뒤집어졌다. 10명 중 절반쯤 교회를 다니지 않은 그들이 더 난리였던 것은, 자신들의 상식이 뒤엎어진 탓이다. 그리고 아직도 교회에서 ‘선악과는 사과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는 줄 안 모양이다. “그럼 선악과는 어떤 과일입니까?” <바나나-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댄 쾨펠. 이마고. 2010년)은 ‘선악과는 바나나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보니 창세기 3장 6절에서 ‘선악과’는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의 실과”라고 묘사했다. 이 나무의 실과가 ‘사과’가 더 어울리는가? 아니면 ‘바나나’인가? 알다시피 바나나는 우리의 짐작과 달리 나무가 아니다. 커다란 풀이다. 바나나에는 씨가 없다. 즉 번식 능력이 없다. 바나나는 장미 꺾꽂이처럼 뿌리(알줄기)를 잘라 옮겨심기만 하면 바나나가 열린다. 바나나는 모두 복제된, 유전적으로 쌍둥이다. 최초의 사람 아담과 하와도 ‘씨’없이 창조됐다. 인류가 바나나를 경작한 것이 7000년 전부터라고 하니, 어쩌면 이렇게 성경의 역사와 맞아떨어지는지 절묘하다. ‘선악과는 사과’라는 오해는 구텐베르크판 성경에 대한 오독 탓이라고 지적했다. 구텐베르크 불가타 성경에서 ‘선악’과를 뜻하는 라틴어 ‘malum’은 사과를 뜻하는 ‘melon'의 파생어와 철자가 똑같았다. 이를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구텐베르크판 성경을 읽으면서 그 단어가 사과를 가리킨다고 해석하고는 에덴동산에 사과를 그려 넣기 시작했던 것이다. 고고학적으로도 성경의 에덴동산은 지금의 페르시아 만 앞바다쯤이다. 따라서 에덴동산은 바나나가 자라기에 적합했고 또 그곳 사람들에게 분명히 친숙한 과일이다. 하지만 사과를 키우기에는 별로 적당하지 않다. 지금도 중동은 바나나의 주산지다 요르단, 이집트, 오만, 이스라엘에 바나나 농장이 있다. 사과는 현대 농업의 힘을 빌려 극히 소량만이 재배되고 있을 뿐이다. 저자 <댄 쾨펠>은 2003년 바나나에 퍼진 치명적인 질병에 관한 기사를 읽고서 ‘바나나를 구하자’는 일념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온두라스, 에콰도르, 중국, 벨기에 등 전 세계 바나나 농장과 바나나 연구소들을 찾아다니며 자신도 미처 몰랐던 바나나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들을 빼곡히 담았다. 책에는 바나나의 기원과 신화, 역사와 지리,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와 과학이 맛있게 결합되어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세계화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책”으로 이 책을 추천했다. 바나나로 세계화를 이끈 것은 ‘치키타(Chiquita)’와 ‘돌(Dole)’의 전신인 ‘유나이티드 프루트(이하 UFC)’와 ‘스탠더드 프루트’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중남미의 부패한 독재권력과 유착해 농지와 과세, 노동 환경에서 온갖 특혜를 누렸다. 그 과정에서 열대우림을 베어버리고 독성 농약을 무차별 살포함으로써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1999년 조사에 의하면, 코스타리카의 바나나 포장시설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백혈병 발병율과 선천성 기형아 출산율이 국가 평균보다 두 배나 높았다. 2002년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코스타리카의 남자 바나나 노동자 중 20퍼센트가 불임이었다는 슬픈 역사도 담고 있다. <최성관 기자> <저작권자ⓒ합동기독신문 & www.ikidok.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BEST 뉴스 위로 목록 댓글 작성을 위해 로그인 해주세요.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