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1. 교권 제일주의가 문제이다.
교회사를 보면 교회의 다툼과 분열은 반드시 교권 때문이다. 동로마교회는 화상숭배 문제로 다투다 망했고, 러시아 정교회는 화상문제를 넘어 교조적 예선논쟁 때문에 싸우다. 볼세비키 혁명을 맞았다. 사실 그런 것들은 하나의 명분과 구실일 뿐이었고, 분열과 멸망의 주요인은 교권 다툼 때문이었다. 한국교회도 다를 바가 없다. 교권이나 자리다툼 때문에 교파가 얼마나 많이 나누어졌는지 모른다.
물론 50~60년대에 장로교의 분열은 자유주의와 용공주의를 막으려는 신앙적인 결단 때문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단 분열과 연합기관이 분열된 것은 교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교권 때문에 금권선거가 자행되고 말할 수 없는 음모와 분열의 상처를 남기게 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 속에 내재해 있는 욕망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욕망을 자극시키는 바벨론의 음녀의 유혹 때문이다. 성경을 보면 바벨론의 음녀는 붉은 빛 짐승을 탔는데 손에 음행의 포도주잔을 들었다고 하지 않는가.(계17:2-3)
요한계시록에서는 짐승 자체가 권력을 상징하는데 짐승을 탄 음녀가 땅의 임금들과 음행을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바벨론의 음녀가 유혹을 하는 도구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성사의 영으로 역사를 하는 것이다. 그 정사의 영이 서로 교권을 탐내게 하고 그 교권을 위한 정치를 하도록 교계 지도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교권 제일주의의 이기적인 사고를 내려놓아야 한다.
2. 교단 우선(이기주의가 문제이다.
교단은 각자의 신학과 교리가 있다. 각 교단의 교리와 신학의 정체성은 분명히 지켜야 한다. 그래야 이단도 막고 신앙의 순결성을 지길 수 있다. 그러나 교단 우선주의나 이기주의로 가면 안 된다. 경영학에서도 ‘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 즉 ‘부서 이기주의’나 ‘기관 충돌’이 나타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고 분열을 일으키게 되어 있다. 사일로 이펙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제의 비전과 가치를 항상 리마인드 시켜야 한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교단으로서만 존재하면 안 된다. 특별히 요즘은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단은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없다. 한 교단만 가지고는 절대 막을 수 없다. 모든 교단이 교단 우선주의를 초월해서 하나 되어 교회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 교단
우신주의를 넘어서 하나 된 연합기관의 원 리더십을 세우고 원 메시지를 내야 한다.
3. 공교회 의식이 없는 개교회주의가 문제이다.
영국의 윌리엄스(Andrea Williams) 변호사에 의하면, 영국교회가 개교회주의의 함정에 빠져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반기독교 사상과 입법화를 막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그저 개교회 목회만 하고, 교회 자체만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래서 낙태, 동성애, 이슬람 문제 등이 대두될 때 “우리는 기도하고 목양하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하면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무관심하고 대응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영국은 낙태법, 이슬람 샤리아법, 평등법 등이 다 통과되면서 교회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전 국민이 기독교인이나 다름없던 나라가 지금은 실제적인 기독교 인구가 겨우 2% 밖에 안 되는 나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반대로 이슬람은 8%가 되어 버렸다.
윌리엄스 변호사는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한국교회는 절대로 영국교회의 비극적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당시 영국의 목회자들이 영혼을 구원하는 목회를 한다고 했지만 자기 취향에 맞는 개교회 목회에만 도취됐다”고 눈물로 호소하였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영국교회가 목회자의 개성과 취항에만 맞춘 클럽교회화 됐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금 영국교회는 차별금지법 때문에 복음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고 사회복지형 교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미국교회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ADF(Aliance of Defence Fund)라는 기독교 방어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법이 통과되어 버렸다. ADF는 미국의 깨어 있는 변호사들이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미국교회를 방어하기 위해서 만든 법률단체다. 미국에서 기독교인들이 법적으로 어울한 일을 당하고, 교회들이 문화적, 관습적으로 보호되어있던 것들이 재판으로 가면 다 지는 것이다. 그래서 ADF'라는 방어기구를 만들어서 현재 56명의 변호사들이 미국교회와 단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미국교회가 전에는 재판을 하면 80%를 패소하였는데, ADF가 생긴 다음부터는 80%를 승소하고 있다. 이런 단체도 있는데 어떻게 미국에서 동성결혼법이 통과될 수 있는지 그 이유를 백방으로 알아보아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한국교회 목회자와 변호사 등 12명이 미국에서 있었던 동성애 대처 방안 세미나에 참석하고 ADF 본부를 방문하고 왔는데, 그 팀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들이 가서 보니까 미국교회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으로 때늦은 뉘우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37개 주에서 동성애가 다 통과되었고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법도 합법화되어 버렸다. 완전히 미국교회 생태계가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ADF는 목회자나 신학자가 모인 단체가 아니고 변호사들이 모인 단체였다. 그래서 반기독교적인 공격의 현상만 보았지 영적 배후의 실체를 보지 못한 것이다.
그들의 사역은 어느 지역교회가 법적 불이익을 당하면 그때 그때 변호해주는 일에 급급했다. 그러니까 개교회를 보호하는 일에는 성공했지만 거대한 반기독교적인 시류를 보지 못해서 동성결혼법이 통과되는 것을 예견도 못했고 막지도 못한 것이다. 이것이 ADF의 한계였다. 그런데 이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ADF도 공교회 의식을 가지고 전방위적인 사역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 목회 빅테이터 연구소(대표 지용근 소장)에서 한국교회의 목사, 장로, 평신도들을 다 합쳐서 공적 교회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해보니까 19% 밖에 모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공적 마인드가 없이 개교회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다음에 조사할 때는 19% 가운데 “과연 공교회의 공적 사역을 위해 얼마나, 무엇을 헌신했는가?”를 조사해 보고 싶다. 조사를 한다면 1~2% 밖에 안 나올지도 모를 것이다.
개교회 뿐이겠는가. 교계 안에 있는 여러 기관들이 있다. 기관들도 공적 마인드와 사역보다는 지기 기관을 키우고 확대하는 데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생태계 원리상 남의 교회가 무너지면 우리 교회도 무너지고, 남의 교단이 무너지면 우리 교단도 무너진다. 특별히 지금은 포괄적차별금지법을 비롯하여 낙태법, 모자보건법, 감염법에 관계된 집회 금지법 등 반기독교 악법이 계속 추진 중이다.
더구나 배타적 민족주의(극우파)와 진보적 사회주의(좌파)가 충돌하고 대립하는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다. 한국사회의 배타적 민족주의는 기독교를 서구세력으로 보고, 진보적 사회주의는 기독교를 반혁명적 기득권 세력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한국교회는 이런 반기독교적인 세력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우리 모두는 공공재 의식이 있어야 한다. 포퓰리즘을 지나치게 의식해 자신의 기관에만 치우친 사적 메시지를 내면 안 된다. 지나치게 사적 의견을 내세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독사과를 던지게 된다. 축구선수 중에도 결정적 어시스트를 하거나 결승골을 넣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자신을 향한 환호와 응원에 도취해 순간적으로 열정을 앞세우다 자책골을 넣는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무슨 말을 하던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세우는 공공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자신부터 공공재가 돼야 한다. 공공재란 비경합적 비배제적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말한다. 도로, 철도, 교량, 수도, 공원 같은 누구든지 이용하고 누구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공재가 없으면 ‘대체재’가 등장하게 되고 ‘대체재’는 ‘사적재’의 도입을 부추긴다. ‘사적재’란 경합성과 배제성을 가진 일반 재화를 말한다. 즉 시장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은 이용할 수 없으며 어떤 사람이 소비해버리면 다른 사람은 소비할 수 없다. 공공재의 정반대로 특정 부류, 일부 사람에게만 혜택을 준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공공재 의식을 갖고 공공의 메시지를 내며 함께 공적 교회를 세워가야 한다. 그 첫 걸음이 바로,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모든 기득권과 사적 메시지를 내려놓고 하나 된 연합기관을 만들어 원 리더십, 원 메시지의 방어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4. 독선적 신념으로 우리만의 이너서클을 형성했던 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가 구주임을 믿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나 독신적 신념에 빠지면 사회적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잃어버리고 오직 우리의 교리와 신앙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정죄하게 된다. 물론 우리의 신앙을 정말 지켜야 한다. 그렇지만 그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 인에서는 차이도 있고 다양성이 있을 수 있다. 독선적 신념에 빠져서 자기만이 옳고 정통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사람을 공격하면 안 된다.
예컨대, 자기 교단의 신학만을 내세워서 다른 교단의 다양성을 부정해도 안 된다. 특정 연합기관의 독선적 신념으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연합기관을 부정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런 이유로 교단과 연합기관이 나누어지지 않았던가. 우리가 이단은 반드시 차단하고 고리를
끊어야 한다. 특별히 연합기관을 하나로 묶는데 이단 문제가 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단 문제는 반드시 해결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단이 아닌데도 감정을 섞어서 이단성이 있다고 공격을 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당연히 이단은 끊어야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라면 차이와 다름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별히 교단과 연합기관은 더 그렇다. 독선적 신념과 우리만의 카르텔에 빠져 있으면 하나가 될 수 없다. 그러다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성 안에 갇히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실패한 것은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왔을 때 국민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지지 못하고 너무 안일하고 일방적으로 대처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샤이 트럼프보다는 유색인종들이 결집을 해서 앵그리 바이든이 승리하게 된 것이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가치를 지키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강성으로만 나가면 역반응만 생긴다. 지금 세계의 흐름을 봐도, 독선에 빠진 지도자들은 다 사라지고 있다. 이 시대는 함께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보다는 소통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성난 미국인들이 연민의 표를 준 것이다. 무조건 남을 비판하고 깽판을 놓는 것은 쉽다. 그러나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며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소통과 공감의 전략이 필요할 때가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우리만의 이너서클을 형성하고 연못에 빠져서 얼마나 다투고 분열했는가. 연합기관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해야 할 때에 오히려 각자 다른 소리를 내며 감정적 양분까지 일으켰지 않았던가. 이제라도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이너서클의 담을 넘어 소통하고 공감하는 진정성을 보일 때 다시 하나 되는 새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5.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무엇보다 이단 문제 해결이다. 또한 합치더라도 세 개의 법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재정 문제가 있다. 연합기관을 하나로 묶는데 다른 연합기관이 안고 있는 부채, 직원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지혜를 모으면 못할 것도 없다. 세 개의 법인체를 다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지 않기 위하여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은 지혜를 모으면 얼마든지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재정 문제도 필자가 섬기는 교회를 비롯해서 연합기관의 필요성을 깊이 공감하는 교회들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직원 문제 역시 모두 수용하여 연합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면 된다. 그것은 연합기관의 리더십을 확대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연합기관의 운영과 교계 안에서의 운영을 넘어서 사회개혁운동 및 사회 공공사역의 정책과 민족통일 사역까지 펼쳐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